• 나는 왜 자꾸 남과 비교하게 될까?
• 비교가 마음과 몸에 남기는 흔적

• 비교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세 가지 심리학적 실천

• 💡 인사이트 더하기 - 서울대 김향숙 교수

고전적이지만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여름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할 사람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습니다. 총 78명의 학생이 지원하였는데, 면접에 앞서 지원자들을 Mr. Clean과 Mr. Dirty 중 한 명과 함께 대기실에서 기다리도록 하였습니다. Mr. Clean은 깔끔하게 갖추어 입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어려운 전공 서적을 읽었고, Mr. Dirty는 더럽고 냄새나는 옷을 입고 자신감이 없는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들과 함께 대기실을 쓴 뒤 지원자들의 자존감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예상대로, 자신보다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었던 지원자의 자존감은 감소하였고 덜 매력적인 사람과 있었던 지원자의 자존감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평소 자기 개념이 안정적이었던 사람들은 이러한 자존감의 변화를 거의 보이지 않았던 반면, 자기 개념이 불안정했던 사람들은 더욱 큰 변화를 보였다는 것입니다(Morse & Gergen, 1970).

비교적 최근에 진행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독일의 한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SNS에 올라온 매력적인 외모의 사람들과 덜 매력적인 사람들의 프로필을 보여주고, 이후 기분과 신체 만족도를 평가하도록 하였습니다. 덜 매력적인 사람들의 프로필을 본 경우에 참가자들은 더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고, 신체 만족도 또한 높았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SNS상 직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프로필을 보여준 실험에서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빨리 취업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반대로 자신의 취업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며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Haferkamp & Krämer, 2011).

이러한 연구 결과는 우리의 일상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아주 짧은 순간 마주친 사람이나 의미 없이 넘겨본 SNS 피드 속 타인과도 자동적으로 자신을 비교하곤 합니다. 특히 집단주의적 문화를 가진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의 개성이나 만족보다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고, 공동체 안에서의 역할을 찾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회 비교는 본래 자연스럽고 자동적인 인지 과정이며,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하여 Festinger(1954)는 자신의 의견이나 능력의 평가를 위한 절대적인 기준이 없을 때, 사람들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의 상향 비교를 통해 동기를 얻기도 하고,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과의 하향 비교를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비교는 우리 사회에 너무나 빈번하고 깊숙하게 뿌리내리고 있어 다양한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얼굴도 잘 모르는 ‘엄마 친구 아들’ ‘엄마 친구 딸’과 경쟁하고, ‘남을 이기기 위해’ 과도하게 사교육을 받으며, 더 비싸고 좋은 아파트, 학군지로 이사를 위해 과로에 시달리는 현실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존의 사회 비교 연구들을 살펴보면, 상향 비교는 우울, 불안, 질투, 사회적 박탈감과 관련이 높고, 낮은 삶의 만족도, 불행감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한 이상화된 신체와 나의 신체 비교는 신체 불만족, 부정적 자기 인식, 우울 기분, 섭식장애로 연결되며(Arendt et al, 2016), 심지어 나 자신을 다른 사람에 비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비교의 경우, 높은 자살 사고와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Wetherall et al, 2019).

즉, 비교가 단순한 질투나 경쟁심을 넘어서 정서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는 신체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상향 비교 상황에서 부러움을 느낄 때, 뇌의 특정 영역인 dACC(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가 활성화됩니다. 이는 부러움이 단순히 마음이 상하는 수준을 넘어서, 뇌에서 사회적 고통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비교는 자존감과 정체성은 물론, 뇌 반응에도 영향을 주는 심리사회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Yamada & Takahashi, 2011).

이렇듯 사회 비교는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이를 통제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비교의 덫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앞선 연구들을 살펴볼 때, 자존감이 낮은 사람, 자신에 대한 확신이 낮은 사람이 사회 비교에 더욱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존감이 높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 비교 상황에서 영향을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rendt와 연구자들(2016)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형성된 지나치게 높은 자기 기준(ideal self)을 변화시킴으로써 사회 비교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비교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우리는 자신을 굳건하게 만들고 현실적인 자기 기준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 심리치료에서 강조하는 세 가지 개념, 즉 마음챙김과 가치에 대한 집중, 그리고 자기 자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오늘날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수용전념치료(Hayes, 2005)는 현재의 내 감정과 생각을 억누르기보다는 수용하고, 나만의 가치에 전념하도록 돕는 접근입니다. 지금 내가 불편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면 잠시 멈추고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현재 내 감정과 생각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내가 지금 누군가 부러웠구나’ ‘내가 지금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나를 비난하고 있었구나’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구나’라는 점을 알아차리는 것이 바로 마음챙김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과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멀어지고 지나간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순간 떠올랐던 강렬한 감정과 생각도 나로부터 멀어지게 되며, 나는 이러한 생각과 감정에 매여 있을 필요가 없게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마음챙김 연습을 통해 비교에 덜 휘둘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Hu 등(2022)은 상향 비교가 자존감과 물질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마음챙김이 완화시킨다고 밝혔고, Desjarlais 외(2024)의 연구는 마음챙김이 SNS 상향 비교의 빈도를 줄이는 데 기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수용 전념 치료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바로 가치에 대한 집중입니다. 가치는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식입니다. 가치는 도달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라,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한 번 떠올려 봅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고, 무엇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은가?’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작고 현실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돈이나 명예는 가치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추구하는 목표일 수는 있지만 가치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가치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관계, 성실함, 배움, 돌봄, 정직함, 성장과 같은 내면의 방향성일 수 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기로 마음먹는 순간, 남과의 비교보다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해지게 됩니다. 간혹 흔들리더라도 방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 삶의 가치는 ‘비교라는 진흙탕’에서 스스로 빠져나와 ‘나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교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실천 중 하나로 자기 자비(self-compassion, Neff, 2011)를 들 수 있습니다. 자기 자비란,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혹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친절하게 포용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을 때에도 나를 비난하기보다 ‘이러한 고통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향해 친절한, 온화한 태도를 지니는 것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자기 자비의 태도가 높은 그룹은 낮은 그룹보다 사회 비교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Choi et al, 2014). 또한 자기 자비는 사회 비교로 인한 수치심에 대해 완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차유성, 2025). 내가 한없이 부족한 느낌이 들거나 수치스러울 때, 눈을 감고 나에게 조금 더 친절한 말을 건네 봅시다. 나의 부족함보다는 내가 그동안 해왔던 많은 노력을 떠올리며 다독이고, ‘내가 평화롭기를,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겁니다. 이러한 태도는 합리화와는 다릅니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듯, 평화와 사랑, 행복을 기원하듯, 그 말을 나에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로서 타인과 교류 속에서 살아가기에, 비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앞서 제시한 실천들을 통해, 비교에서 비롯된 고통을 줄이고, 보다 편안한 정서 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다.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자신을 수용하는 태도를 기르며 내면의 가치를 중심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해 나갈 때, 우리는 점차 ‘비교의 덫’에서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특히 자기 자신에게 친절함을 베푸는 자기 자비의 태도는 그 여정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태도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특히 오랜 시간 타인과 비교를 통해 자신을 비난하고 원망해 온 사람일수록 더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며, 초기에는 그 효과가 쉽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서서히 비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를 따라 살아가는 보다 만족스러운 삶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Jonathan Haidt(2024)는 그의 저서 The Anxious Generation에서 Z세대를 포함한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불안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사회 비교(social comparison)를 지목하였습니다. 특히 Instagram, TikTok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상향 비교(upward comparison)를 끊임없이 유도하고 부적절감, 신체 불만족, 소외감 등을 초래하여 불안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향 비교는 정서적 부적응 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청년들의 자기 정체감 형성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Haidt는 또래와의 자유로운 사회적 놀이보다 스마트폰 중심의 고립된 환경에서 성장한 개인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지기 쉬우며, 그 결과 자신의 내면보다 외부의 기준에 따라 자아를 형성하고 사회 비교에도 취약해지는 것으로 설명하였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사용 시기를 가능한 한 늦추고, 성장 과정에서 비구조화된 사회적 놀이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한편 이러한 구조적 개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개인이 사회 비교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처 방법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일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 Neff와 Germer(2013)는 마음챙김과 자신에 대한 친절을 포함하는 자기자비(self-compassion)가 불안을 줄이고 정서적 회복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특히 자신에게 친절한 태도는 외부의 평가 기준에 따라 자신을 비난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고 돌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Hayes 등(2011)은 가치 기반 행동(value-based action)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인과의 비교나 외부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면적 가치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것이 심리적 안정감의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즉, “나는 어떻게 보이는가?”라는 질문 대신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에 집중함으로써, 비교 중심적 사고의 반복 고리, 즉 반추적 비교 루프(ruminative comparison loop)를 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자기자비와 가치 중심의 삶은 공통적으로 지금 여기의 자기 자신에 대한 주의와 수용을 강조합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제시되는 ‘이상화된 나’가 아닌, 내가 실제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집중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Henry David Thoreau는 그의 저서 Walden(1854)에서 “나는 의도적으로 살고 싶기 때문에 숲으로 갔다(I went to the woods because I wished to live deliberately).”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단지 자연 속의 삶을 추구하게 된 결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내면과 가치에 집중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합니다. 오늘날처럼 정보가 넘쳐나고, 시간에 쫓기며,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에 휩쓸리기 쉬운 시대일수록, 우리는 잠시 멈추어 자신의 가치와 내면의 친절함에 다시 뿌리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이 일상이 된 지금, 자신에게 친절하고 자신의 가치에 충실하게 살아가려는 태도는 흔들림 없는 자아를 지켜내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됩니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비교의 덫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차유성. (2025). 사회비교경향성과 사회불안의 관계: 수치심경향성, 죄책감경향성과 자기자비의 조절된 매개효과. 인제대학교 석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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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i, Y. M., Lee, D. G., & Lee, H. K. (2014). The effect of self-compassion on emotions when experiencing a sense of inferiority across comparison situations. Procedia-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 114, 949-953.

• Desjarlais, M., Tasker, C., & Mason, C. (2024). The protective role of dispositional mindfulness for upward social comparison on social networking sites: A reduction in tendency but not affliction. The Journal of Social Media in Society, 13(2), 243-258.

• Festinger, L. (1954). A theory of social comparison processes. Human relations, 7(2), 11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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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amada, M., & Takahashi, H. (2011). Happiness is a matter of social comparison. Psychologia, 54(4), 252-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