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우리는 나답게 살지 못할까?
• 우리는 정말 나다운 삶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있을까?
• 진정한 나를 따르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줄까? 

“너 자신이 되어라”, “가슴이 이끄는 대로 하라”, “Just do it.”

이런 문장들, 한 번쯤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문구들 속에는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진정성 있는 삶’, 다시 말해 ‘나다운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어쩌면 너무 흔해서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죠.

다양한 매체에서 우리는 “진짜로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행복하다”, “내면의 소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삶의 비결이다”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접합니다. ‘진짜 나(True Self)’와 일치된 삶이 곧 행복한 삶이라는 주장은 이미 일종의 공식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과 일치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높은 수준의 웰빙을 경험하고, 삶의 만족도나 정신 건강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는 연구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Wood et al., 2008). 즉, 나답게 사는 것. 그것이 곧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의 열쇠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슬며시 드는 의문점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정말 나답게 살아가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하겠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가 “나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따라 사는 삶을 원했는데,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라고 한탄했던 것처럼 말이죠.

이번 희소식에서는 우리가 왜 진정성 있는 삶을 살지 못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장애물을 극복하고 더 ‘나다운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특히, 이 물음에 대해 개인적인 차원보다는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흔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믿음 자체가 당연한 규범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요? 우리는 과연 ‘진정성 있는 삶’을 진심으로 가치 있다고 여기고 있을까요? 혹시 실제로는, 진정성보다 다른 가치를 더 중요한 삶의 나침반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흥미로운 연구 하나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사회 심리학자 Schlegel과 동료들(2013)은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사 결정 전략이 삶의 중요한 선택을 얼마나 만족스럽게 이끌 수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연구에서는 여러 의사 결정 전략—예를 들어, 이성적 사고, 직관, 그리고 미래의 나, 이상적 나, 의무적 나 같은 자아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전략—을 제시한 뒤, 각각의 전략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참여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여기에는 ‘진정한 나(True self)’를 고려한 전략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연구 참여자들은 ‘진정한 나’를 고려했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즉, 사람들은 ‘내가 진짜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중심에 두는 결정을 가장 바람직하게 인식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건 미국인들 이야기 아닌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관계와 맥락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이런 경향이 나타날까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들도 삶의 중요한 결정 상황에서 ‘진정한 나’를 따를 때 더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을 보였습니다(Kim et al., 2022). 그리고 그 결과는 미국인들의 응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그림 1). 결국, 적어도 삶의 중요한 국면에서는, 우리 역시 ‘나다운 선택’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나다운 삶’을 이토록 가치 있게 여기면서도, 왜 실제로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일까요? 물론 외부의 압력이나 사회적 기대가 우리가 진정한 자기 자신에 따라 선택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그런 외부적 제약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과연 진심으로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Jyung과 동료들(2025)은 캐나다인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가지 가상의 상황을 제시했습니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매우 능숙하고 잘하는 일이지만, 만약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게 된다면 지금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그 결과, 한국인들은 캐나다인에 비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더라도, 현재의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이 진정한 자기를 따르는 선택이 만족스럽다고 믿는다는 점은 앞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그 선택을 주저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구에서는 그 원인으로 ‘믿음의 차이’를 제시합니다. 즉, 진정한 자기를 따르는 것이 정말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믿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결국 잘하게 될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다면, 사람은 더 쉽게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캐나다인들보다 이 믿음을 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믿음의 부족이, 진짜로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믿음은 바꿀 수 없는 것일까요? 흥미로운 점은, 이 믿음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잘하게 된다”는 메시지나 실제 사례를 접한 한국인 참여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현재의 일을 포기하고라도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결과는 중요한 점을 시사합니다. 바로, 진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특정한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비록 ‘진짜 나’를 따르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보장해 주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렇다고 믿는 것이, 우리를 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내면의 나침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침반이, 보다 나다운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게 해 줄 것입니다.

• Wood, A. M., Linley, P. A., Maltby, J., Baliousis, M., & Joseph, S. (2008). The authentic personality: A theoretical and empirical conceptualization and the development of the Authenticity Scale.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55(3), 385–399. https://doi.org/10.1037/0022-0167.55.3.385
• Schlegel, R. J., Hicks, J. A., Davis, W. E., Hirsch, K. A., & Smith, C. M. (2013). The dynamic interplay between perceived true self-knowledge and decision satisfac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4(3), 542–558. https://doi.org/10.1037/a0031183
• Kim, J., Chen, K., Rivera, G. N., Hong, E. K., Kamble, S., Scollon, C. N., Sheldon, K. M., Zhang, H., & Schlegel, R. J. (2022). True-self-as-guide lay theory endorsement across five countries. Self and Identity, 21(8), 939–962. https://doi.org/10.1080/15298868.2022.2028670
• Jyung, M., Kim, J., Jun, Y., Son, E., & Choi, I. (2025). To be authentic or not to be: How and why North Americans and South Koreans differ in making true-self-congruent job choices [Manuscript submitted for publication]. Department of Psych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