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의 어려움
• 자아에 대한 위협
• 인지적 장벽
• 실패로부터 학습하기 위한 효과적 전략

출처: Bob Hines/NASA,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지난 6월, 미국 보잉사의 우주캡슐 스타라이너(Starliner)가 두 명의 우주 비행사를 싣고 성공적으로 국제 우주 정거장에 도킹하여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스타라이너가 유인 시험 비행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답니다.

스타라이너는 원래 2015년 첫 무인 시험 비행을 할 예정이었지만 2019년으로 연기되었고, 2019년 첫 무인 시험 비행은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내부 시계 오작동으로 실패했죠. 2021년 예정되었던 두 번째 무인 시험 비행은 추진체 밸브 부식 문제로 또다시 2022년으로 연기됩니다.

2022년 무인 시험 발사에서 스타라이너는 국제 우주 정거장에 다녀오는 임무는 완수하였지만, 임무 도중에 발생한 추진기 고장을 포함하여 성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어요. 2023년에는 배선 절연체에 감긴 테이프와 낙하산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어 이를 보완해야 했지요. 하지만, 이러한 수많은 실패로부터 개선과 보완을 거듭한 끝에 스타라이너는 마침내 2024년 6월, 첫 유인 시험 비행 발사에 성공합니다.

이렇듯,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많은 실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사실입니다. 토마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1,000번 이상의 실패를 거듭했고, 제임스 다이슨이 먼지 봉투가 없는 청소기를 개발하기 위해 5,126개의 실패한 시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실패로부터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나아질 수 있는 것일까요? 하루하루 삶 속에서 우리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흔히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당연히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죠. 하지만,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습니다.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자들이 한 실험을 통해 이를 잘 보여주었죠.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양자택일형 문제의 퀴즈를 풀고 피드백을 받았어요. 퀴즈는 정답을 알기 어려운 문제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두 보기 중 하나를 찍어야 했고 대략 50%의 정답률을 보였습니다. 이때 참가자들은 '성공' 혹은 '실패' 중 하나의 피드백을 랜덤하게 받게 되었어요. 

‘성공’ 피드백을 받기로 되어있던 참가자들은 맞춘 문제 몇 개에 대해서만 ‘정답’이라는 피드백을 받았고, ‘실패’ 피드백을 받기로 되어있던 참가자들은 틀린 문제 몇 개에 대해서만 ‘오답’이라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양자택일형 문제에서 ‘정답’임을 알려주는 것과 ‘오답’임을 알려주는 것은 동일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정답’이라는 피드백은 내가 선택한 답이 맞는다는 뜻이고, ‘오답’이라는 피드백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답이 맞는다는 뜻이므로, 결국 어떤 피드백을 받더라도 어느 선택지가 정답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드백을 받은 이후 동일한 퀴즈(질문의 표현 일부만을 변형)를 다시 한번 풀도록 했을 때, ‘실패’ 피드백을 받은 참여자들은 48%로 여전히 절반의 정답률을 보여준 반면, ‘성공’ 피드백을 받은 참여자들은 62%의 상대적으로 높은 정답률을 보였어요.

이러한 결과는 ‘성공’ 피드백을 받은 참여자들은 피드백으로부터 학습을 하였지만, ‘실패’ 피드백을 받은 참여자들은 사실상 피드백으로부터 거의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참여자들에게 정답률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거나 퀴즈 내용을 바꾸더라도 이러한 결과는 바뀌지 않고 매우 일관되게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했던 것일까요?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배우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유능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패는 자존감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자신에 대해 좋은 감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협하게 되죠. 이러한 위협을 크게 느낄수록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실패는 예상만으로도 자아를 위협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패할 것 같은 목표를 애초에 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인종, 민족, 성별 등에 대한 부정적 고정 관념을 자신의 실패로 인해 확인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고정 관념을 깨는 목표 추구 자체를 꺼리게 되고, 이는 역설적으로 고정 관념을 깨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죠. 실패할 수 있는 목표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실패를 경험할 수 없고 따라서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해집니다.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감정적 비용이 크지만, 실패를 무시하는 것은 감정적으로 이익이 됩니다. 실패를 무시하게 되면, 세상과 자신에 대한 낙관적인 관점을 유지할 수 있고, 이는 자아상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죠. 때문에, 사람들은 실패와 관련된 정보를 피하거나 지연시킵니다.

건강 검진을 받지 않으려 하거나, 학생들이 낮은 성적을 받은 과제의 피드백을 확인하지 않거나, 투자자들이 시장 하락 후에 계좌를 들여다보지 않는 것과 같은 행동들이 해당되죠. 정보가 없다면 그것으로부터 배울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중요한 정보를 외면하면 궁극적으로는 더 큰 위험을 마주할 우려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감정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행동을 선택하곤 합니다.

자신에 대해 좋게 생각하려는 욕구는 기억이나 믿음에도 영향을 미치고,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도덕적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억의 왜곡으로 인해 도덕적 실패 자체를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가상의 상대방과 익명으로 짝을 이루어 게임에 참여했어요. 참여자들에게 일정한 금액을 주고, 이를 자기 자신과 상대방에게 배분하도록 했죠. 실험이 끝난 후, 상대방에게 얼마를 배분했는지 기억해 보라고 하자, 사람들은 실제보다 자신이 더 많은 금액을 배분했다고 기억했습니다. 특히, 그 배분이 스스로 생각하는 공정성의 기준을 위배했을 경우, 기억의 왜곡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해요.

또 다른 연구에서는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 초기에 실패를 경험한 참여자들은 과제에 성공하더라도 자신이 실제보다 덜 행복할 것이라고 잘못 예측하는 경향을 보여주었어요. 달성하지 못할 것 같은 목표의 가치를 평가 절하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좋은 감정을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죠. 실패로 인한 이러한 믿음의 변화는 목표나 과제에 대한 관심 자체를 저하시킵니다. 과제에서 성공하는 것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면,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게 됩니다.

우선, 실패를 자아와 분리시키는 방법이에요. 자신의 실패를 경험하는 것과는 달리, 다른 사람의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자아에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실패와 그에 대한 피드백을 관찰한다면, 감정적 비용을 치르지 않고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어요.

자신의 실패를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나는 왜 실패했을까?’라고 질문하기보다 ‘이 사람은 왜 실패했을까?’와 같이 질문하게 되면, 나에게서 거리를 두고 실패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을 바꾸어 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 추구 행동을 헌신(commitment) 혹은 진전(progress)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해요. 헌신은 목표가 달성 가능하고 가치 있다는 믿음을 반영하고, 진전은 현재 상태와 목표 간의 차이가 줄어들었다는 믿음을 반영합니다.

만약 성공이 헌신을 나타낸다고 해석하면(예: 역시 나는 이 일에 잘 맞아), 목표에 더욱 가치와 중요성을 부여하게 되고 목표 추구 동기가 그만큼 강해지게 되죠. 반면, 성공이 진전을 반영한다고 해석한다면(예: 이 일은 충분히 할 만큼 했어), 이 목표에는 충분히 가까워졌으니 이제 다른 목표를 추구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원래 목표에 대한 동기는 그만큼 약화된다고 합니다.

실패는 어떨까요? 사람들이 자신의 실패를 헌신의 부재로 해석하면(예: 나는 이 일과 맞지 않아), 목표에 가치와 중요성을 덜 부여하게 되고 목표 추구 동기가 낮아집니다. 반대로, 실패를 진전의 부족으로 해석하면(예: 아직 충분히 해보지 않았어), 노력을 더 투입하여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게 되죠.

흥미롭게도, 전문가처럼 어떤 분야에 헌신도가 높은 사람들은 실패를 진전의 부족으로 해석하여 더 노력하고자 하지만, 초심자들은 이를 헌신의 부재로 해석하여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실패를 헌신의 부재가 아니라 진전의 부족을 나타내는 신호로 재해석하는 것은 실패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동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타인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도, 실패에 대해 사람들이 보이는 감정적, 인지적 특성을 고려하면 도움이 됩니다.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기분이 상하면, 자아를 보호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피드백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잘못한 행동은 분명히 지적하되, 인격적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아야 해요. 또한, 그냥 잘못되었다는 피드백만 전달하면 이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추론하기 어려우므로, 어느 부분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인생에 크고 작은 실패는 없을 수 없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실패를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하지만, 실패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특성을 잘 이해한다면, 실패를 마냥 두려워하고 피하기보다는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 Carlson, R. W., & Fishbach, A. (2024). Learning from failure. Motivation Science. Advance online publication. 
• Chang, K. (2024. 6. 5). The Long, Difficult Road of Boeing’s Starliner Capsule. The New York Times. 
• Eskreis-Winkler, L., & Fishbach, A. (2019). Not Learning From Failure—The Greatest Failure of All. Psychological Science, 30(12), 1733–1744. 
• Eskreis-Winkler, L., & Fishbach, A. (2022). You Think Failure Is Hard? So Is Learning From It.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7(6), 1511–1524. 
• Sjåstad, H., Baumeister, R. F., & Ent, M. (2020). Greener grass or sour grapes? How people value future goals after initial failure.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88, Article 103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