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희소식]
- 온전히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는 곳
- 주류에게만 진정성이 허락된 사회
-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 💡 인사이트 더하기 - 서강대 김진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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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겟아웃'
영화 ‘겟아웃’의 주인공 크리스는 여자친구 로즈의 집에 초대를 받습니다. 그곳에 도착한 크리스는 어딘가 모를 강한 위화감을 느껴요. 로즈의 가족은 백인이지만,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와 정원사는 모두 자신과 같은 흑인이었기 때문이죠. 이후 로즈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참석한 손님들 대부분은 백인이었으며, 그들의 친절한 듯하지만 어딘가 미묘한 태도에 크리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그의 불길한 예감은 곧 현실이 됩니다.
비록 공포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다소 극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집단 속에서 자신이 소수자임을 실감했을 때 느껴지는 그 묘한 불편감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거에요. 사회의 규범과 문화가 대체로 주류 집단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기에, 소수자들은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발견되는 구성원 분포와도 관련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이공계열에는 남학생이, 어문계열이나 간호학과에는 여학생이 더 많은 것이 일반적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쏠림 현상이 과연 순수하게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일까요? 이를 단지 생물학적 차이나 개인의 흥미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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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같은 인종, 민족, 종교 등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현상을 자발적 분리(self-segregation)라고 해요.
‘자발적’이라는 표현처럼 우리는 이를 자발적 선택이라고 착각하기 쉬워요.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를 다르게 바라보는데요.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환경에서 느끼는 비진정성(inauthenticity) 때문에 그 환경을 어쩔 수 없이 피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해요.
2018년에 심리학자 Schmader와 Sedikides는 SAFE 모델(State Authenticity as Fit to Environment)을 제안했어요. 현재 나 자신을 "나답다"라고 느끼는 감각을 상태 진정성(state authenticity)이라고 하는데요. SAFE 모델에 따르면, 상태 진정성은 개인의 정체성과 환경의 합이 맞을 때 경험할 수 있어요.
이러한 합은 세 가지 적합성, 즉 자기 개념 적합성(self-concept fit), 목표 적합성(goal fit), 그리고 사회적 적합성(social fit)으로 나뉘어요. 다시 말해, 자신의 정체성이 환경에 의해 활성화되는 정도(자기 개념 적합성), 환경이 개인의 내적 목표를 지지하는 정도(목표 적합성), 그리고 타인이 개인의 정체성을 수용하는 정도(사회적 적합성)에 따라 진정성을 다르게 느낀다는 것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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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 모델에 따르면 사회의 주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합성을 자주 경험하고, 그 결과 높은 진정성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그 환경에 더 오래 머무르고 싶어 해요. 반면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은연중 자신과 환경이 맞지 않다고 느끼게 되고, 자신의 진정성을 해치는 그 환경을 벗어나고 싶어 하죠.
결국 이러한 현상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자발적 분리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구조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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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주된 가치가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더 많은 인지적 노력을 해야 해요. 그리고 이는 소수자들이 평소 느끼는 진정성을 떨어뜨려요.
예를 들어, 대부분의 일상 대화는 상대방의 연인이 이성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지는데요. 이러한 환경에서 동성애자들은 타인의 말과 반응을 처리할 때 추가적인 인지적 과정을 거쳐야 하죠. 또한, 보이지 않는 질병과 싸우는 만성질환자들은 고통을 일시적인 상태로 간주하는 일반적인 인식을 마주하며, 자신의 상태를 꾀병으로 오인받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해요. “결혼은 안 하니?”, “애는 안 낳니?”와 같이 명절의 단골 질문들도 결국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기준에 맞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가치관이 크게 변화하고 있어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는 새로운 가족 형태가 등장하는가 하면, 비혼주의나 비거니즘처럼 전통적 가치와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전통적 가치를 따르는 집단에게는 이러한 사람들이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불편감 혹은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어요. 모두가 외눈박이인 세상에서는 두 눈을 가진 사람이 비정상이 되듯, 주류의 기준은 사회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죠.
Danbold와 Huo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백인들은 자신들의 인구 비율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전형성 상실의 위협을 느끼게 되고, 다양성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해요. 언제나 미국인의 전형(prototype)으로 존재했던 자신 백인들의 위치를 유지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에 적합한 환경을 잃지 않기 위해 소수자들을 자신들에게 동화(assimiliation) 시키거나 다양성 정책에 반대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저항하게 되죠.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인종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에도 적용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은 진정성을 느끼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다고 Schmader와 Sedikides는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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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소수자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진정성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방법은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자칫 자발적 분리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수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여전히 비진정성을 느끼게 될 수 있어요.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바로 다양한 집단과 가치를 수용하는 유연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에요.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다양성의 가치를 받아들이게 하면 집단 간 상호작용에서 불안이 감소하고 협력이 증진된다고 해요. 또한 다른 집단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 경험을 늘리는 것도 사회 통합에 도움이 돼요.
하지만 역사가 보여주듯 이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에요. 소수 집단이 사회의 자연스러운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움직임에는 매번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죠.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나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중요한 동력으로 삼고 있어요. 모두가 나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유연하고 포용적인 태도가 필요해요.
심리학자 Nisbett과 Wilson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결정과 행동의 심리적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해요. 따라서 우리는 지금의 자발적 분리 현상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취향이 아닌, 사회적 환경과 개인의 정체성 사이의 부조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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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에 대해 희망연구소 김진형 교수의 코멘트를 들어 봤어요. 사회심리학자의 통찰과 함께 오늘의 주제를 더 심도 있게 들여다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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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오늘의 주제를 왜 주목해야 하는지 심리학적 해설을 부탁드립니다.
👉🏼 흔히 “나답다”라고 표현되는 진정성은 현대인들이 추구해야 하고, 응당 실현해야 할 덕목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들은 자신에게 편안한 환경에 놓여있을 때 경험하는 “심리적 안락함”을 나다운 상태라고 느끼곤 합니다. 이 심리적 안락함은 자신과 비슷한 환경, 문화적 배경, 인종적 유사성 등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높아지기 마련인 반면, 생소한 환경 속에서 문화적, 인종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다양성이 높은 미국과 같은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나 한국도 최근 여러 영역에서 다양성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에도 “진정성의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심리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볼 수 있을까요?
👉🏼 현대사회에서 “진정성의 위기”란 사람들이 진정성 있게 살아가기 어려운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높아진 환경에서 심리적 안락함을 추구하면서 벌어지는 사회적 분리나 차별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분명히 사회적 구조적 측면이 존재합니다. 사회, 문화, 정책 등이 변화되길 희망하면서 그동안 우리 개인은 과연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먼저, ‘진정성 = 심리적 안락함’ 이라는 공식을 깨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심리적 안락함을 경험할 때 진정성을 경험하는 것은 인간의 심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진정성이란 때로는 옳은 것을 행할 때 따라오는 것입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거리를 두고 차별하기 보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다만 이 옳음은 심리적 안락함보다는 불편함에 가까울 것입니다. 결국 우리에게는 이러한 불편함이 진정성 있는 삶으로 나아가는 데 첫걸음이란 것을 마음에 새기고, 이를 받아들이고 행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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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희소식 주제는 서강대 사회심리 전공 이다예 박사과정생이 작성하였습니다.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면 희망연구소 메일로 소통해주세요! 👉🏼 ihr@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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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희망연구소에서는 어떤 이벤트가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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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에는 희망연구소와 서강대학교 심리학과가 공동 주최하는 심리학 콜로키움이 두 번이나 개최되었어요.😀
11월 1일에 열린 첫 번째 콜로키움에서는 서강대학교 상담심리학협동과정(EIC 상담심리)의 황정연 교수님이 가톨릭 상담가들의 영성 통합 심리치료의 과정과 효과를 주제로 발표하셨습니다. 영성 통합 심리치료가 영적 및 비영적 고통을 줄이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11월 22일에 열린 두 번째 콜로퀴움에서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의 이성하 교수님이 발표하셨습니다. 외로움과 심리적 안녕감 같은 사회심리적 요인들이 생리적 지표들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발표하셨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들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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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Freshman Self 올해의 마지막 편지 게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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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Freshman Self(DMFS): 신입생 시절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올해의 마지막 편지들이 홈페이지에 공개되었습니다! 각자의 마음으로 작성한 편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과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지는 아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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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원 연구원과 전혜원 연구원, 미래의 사회 및 성격 심리학자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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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에 진행된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 2024 동계학술대회에서 윤진원, 전혜원 연구원이 미래의 사회 및 성격 심리학자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윤진원 연구원은 '사회 계층에 따른 불공정 지각과 불공정 대응 행동에 있어 신뢰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였고, 장려상을 수상한 전혜원 연구원은 '사회계층과 외로움, 그리고 반사회적 행동의 관계에서 나르시시즘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두 연구원 모두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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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진경 소장과 함께 하는 <노래의 말들> 오디오클립
DJ김숲이 진행하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노래의 말들>에서 희망연구소 소장인 나진경 교수가 함께 이야기해요.
독자의 사연과 심리학적 해설을 한 스푼 더한 '플레이리스트 : 듣는 마음'이
12월 22일 일요일 밤 9시에 방송됩니다.
👉🏼 https://audioclip.naver.com/lives/19219
이번 방송을 마지막으로 '플레이리스트: 듣는 마음' 시즌 1을 종료합니다.
마지막 방송의 주제는 '사랑의 심리학'입니다. '사랑'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나요? 아래 버튼을 클릭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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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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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y, A., & Schmader, T. (2019). Seeking authenticity in diverse contexts: How identities and environments constrain “free” choice.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13(6), e1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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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bold, F., & Huo, Y. J. (2015). No longer “all-American”? Whites’ defensive reactions to their numerical decline.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6(2), 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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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wis, K. (2013). The limits of racial prejudic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10, 18814-18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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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bett, R. E., & Wilson, T. D. (1977). Telling more than we can know: Verbal reports on mental processes. Psychological review, 84(3),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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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eson, J. A., & Nussbaum, R. J. (2004). The impact of multiculturalism versus color-blindness on racial bia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0, 417-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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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mader, T., & Sedikides, C. (2018). State authenticity as fit to environment: The implications of social identity for fit, authenticity, and self-segrega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22(3), 228-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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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는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의 지원을 받아
발간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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